내가 가야할 곳으로 가지 않고 backup




집을 등지고 걸어가는 길.


집 앞에 나와 뭔가를 피우고 있는
동네 친구를 만났다.

“왜 이쪽으로 와요?”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길을 잃었어요.”
내가 말했다.


“한 대 피고 갈래요? 연기가 길을 찾아 줄 거예요.”
그녀는 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걸 보여주고선
그렇게 말했다.

“지금은 돈이 없는데.”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무료 셔틀 같은 거랄까.”


나는 그녀를 따라 집에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상자에서 도구를 꺼내
능숙하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 솜씨로
한 가치를 말아주었다.


“불이 잘 안 붙네요.”
“싼 게 그렇죠 뭐.”

반쯤을 불에 태워 먹고서야
제대로 빨아들인 연기는

복잡한 생각으로 아팠던 머리를 휘저어
흐릿하게 만들었다.

“이거 좋네요.”
“그렇다니까.”
“정말 좋아요.”

나는 단숨에 남은 반을 피워버렸다.

조금 어지러워
그녀의 집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버렸다.

“나중에 사러 올게요.”
“싸다고 흔한 건 아니에요. 무료 버스는 배차시간이 길다구요.”
“그럼 지금 좀 줘요.”
“돈 없다면서.”
“달아놔요.”

바닥에서 그녀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의 말에
방금 집어넣었던 작은 상자를
다시 꺼내는 것 같았다.

“이제 길이 생각나요?”
책상에 앉은 그녀가
그렇게 물었다.

“골목을 나와 큰 길로 가서 두 블럭을 건너가고
상가 길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
“어떤 큰 길이요?”
“돈 받는 버스들이 지나가는 큰 길.”
“기억났네요. 이제 갈 수 있겠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내가 말한 길을
걸어가는 상상을 했다.

골목은 복잡했고
큰 길의 횡단보도는 멀었고
상가에는 사람들로 길이 막혀있고
언덕을 올라가기에는 햇살이 너무 강했다.

“못갈 거 같아요.”
나는 이마에 손을 얹고 말했다.

“길은 생각난 거 같은데
이제 다리를 잃으셨나?“

그녀는 말고 있던 걸
하나 더 나에게 던져주었다.

두 번째는 요령이 생겨
누워서도 쉽게 불을 붙였다.

“이거 좋아요.”
“아까도 말했어요.”
“정말 좋아요.”
“그것도 했다니까.”

두 번째는 조금 독했다.
아마 이전 건 샘플인 것 같았다.

불이 잘 붙은 건 요령 같은 게 아니었을 것이다.

“이건 향이 다른데”
“떠보지 마요.”


“여기 있어도 되요?”
두 번째를 다 피우고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갈 거잖아요.”
“끝까지는 못갈 거 같아서.
그래서 안 가려고.“

작업이 끝났는지
그녀는 일어나 다시 상자를
깊은 곳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봉지 하나와
종이 하나를 나에게 던졌다.

“이번 달 말까지에요.”

종이에 적힌 숫자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꽤나 많아 보였다.

“나눠서 줄게요.”
“그러시던가.”


그녀는 옷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머리도 묶고
거울을 보고 화장도 고쳤다.

“난 이제 일 나갈 거예요.
문단속이나 잘하고 가요.“

“열쇠 번호가 뭐였더라?”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번호를 말했다.

“닫으면 그냥 닫혀요.
번호가 왜 필요해요.
그리고 그건 두 달 전 번호에요.“

그녀는 내 머리맡에 놓인
가방을 들고서
집을 나갔다.

그녀의 말대로
닫힌 문은
소리를 내며 그냥 잠겼다.


잠시 졸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한 낮의 해는 사라져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래도 나는 가야했다.

봉지에서 한 가치를 꺼내 피우며
나는 다시 내가 가야 할 길을
하나하나 생각해보았다.


다른 길은 괜찮았지만
마지막에 올라야 할 언덕이 조금 두려웠다.

골목은 여전히 복잡할 것이고
큰 길의 횡단보도도 여전히 멀리 있을 것이고
상가에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었지만,

해가 떨어졌으니

언덕을 오르지 못하는 건
이제 오로지 나의 잘못이었다.

거기에서 주저앉으면
그건 나의 나약함 때문인 것이다.

거기엔 어떤 핑계도
소용없었다.

세 번째를 피우니
구역질이 올라와
반쯤 피우고 버렸다.


이제는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봉지를 책상위에 두고

종이에
‘반만 줄게요’
라고 써두었다.


집을 나와
문을 닫았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문을 열어보니
그냥 열렸다.

몇 번을 닫아 봐도
문은 닫히지 않았다.

문단속을 하고 가라 했으니
닫히지 않는 문을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문이 닫히지 않는 건
내 잘못이 아니었지만

그냥 두고서 가도 되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 핑계로
가야 할 곳에 가지 않고
그녀의 집에 다시 들어왔다.


책상에 놔둔 봉지에서 하나를 꺼내
네 번째를 피웠다.

네 번째는 또 괜찮았다.
손가락이 뜨거워
더 잡고 있을 수 없을 때까지 피고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웠다.


반만 주겠다고 적어둔 종이는
구겨서 주머니에 넣었다.



아마 문이 제대로 닫혔다고 해도
나는 큰 길에서 쯤
네 번째를 피우고 싶은 생각에

그녀의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열리지 않는 문을 핑계 대며
내가 가야할 곳으로 가지 않고
그녀의 집 문 앞에 멈춰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런 상태의 나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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