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이 또 바뀌었다 backup




나의 이름이 또 바뀌었다.

낯선 집에서
낯선 사람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는데

내 곁에 있는 누구도 달려가지 않아
그것이 나의 새로운 이름임을 깨달았다.


이전 주인에게 맞았던 눈이 잘 보이지 않았고,
더 이전 주인에게 밟혔던 다리가 아팠지만,

그래도 귀는 멀쩡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이름을 잘 기억해두려고 했다.




주인 - 으로 생각되는 사람 - 앞에
아픈 다리를 끌고 가 누웠는데,
주인은,
다른 이전 주인들의 처음처럼
친절하게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를 때리던 사람들의 손이 기억나
처음에는 움찔했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손은
언제나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은 말아 쥐지 않은
크고 따뜻한 손에
내 몸을 맡겼다.



옆에 있는 다른 친구들은
나에게 다가와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으며
나를 궁금해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자신들처럼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쿡쿡 찌르고
장난으로 보기에는 아플 만큼 내 꼬리를 물어
조금 질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그것도 나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


친구들은
주인 앞에서 예쁘고 애교스럽게 짖었다.

예전 주인들이 나를 때릴 때
크게 소리를 질렀던 탓인지

아무리 예쁘게 짖어보려해도
내 목에서는 이제
쇳소리 같은 날카로운 소리밖엔
나지 않았다.

그렇게 짖으면
사람들이 나를 떠나가버려
언제부턴가 잘 짖지 않게 되었다.


많이 먹으면 때리는 주인이 있었다.
먹지 않아도 때리는 주인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일정 이상을 먹으면
반드시 먹은 것을 게워내게 되었고,

방을 더럽힌다고 때리는 주인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게워내지 않을 만큼의 밥과 물을 먹는다.



새로운 이름을 얻은
새로운 곳에서도

나는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고
조금만 먹고

구석에 엎드려 그렇게 지냈다.


새로운 주인은 그런 나를 보면서
가끔 눈물을 흘리며 안아주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다리와
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는

나아질 수 없다.

나는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아지지 않는 나를 보며
새로운 주인도 이전 주인들처럼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르고

이제는 그런 것이 두렵진 않았다.

다만,
버려지는 날이, 떠나는 날이
춥거나, 비가 오거나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새로운 주인은
구석에 있는 내 곁에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커다란 상자 안에서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을 보거나

다른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가끔 나에게 손을 내밀며
뭐라고 말했는데

아픈 다리를 달라고 하는 건
아니었을 것이므로

나는 나의 손을
주인의 손에 올려주었다.


그럴때마다 주인은 웃으며 기뻐했고
먹을 것을 하나씩 주었는데

더 먹을 수는 없어
바닥에 놓고 핥기만 했다.


아픈 것은
다리와, 배 뿐이었으니

앞으로 새로운 주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앞발을 내어 주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햇살 좋은 창가에 누워
잠시 잠을 청했다.

무척 따뜻했는데
창가라 찬 기운이 느껴져서 였을까.


비 오던 날 버려져
골목을 이곳저곳 떠돌던 날의
꿈을 꾸었다.



끙끙대며 쇳소리를 낸 건 아닌지,
그래서 새로운 주인이 또 나를
싫어하게 되진 않았을지

조금
걱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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