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backup





막다른 골목 끝,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한 모텔의 입구에서

약속된 사람을 만났다.

그녀와 나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이런 곳에서 이런 시간에
약속을 잡을 만한 사람이

둘 말고는 없을 것이므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다.



대화를 시작하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내가 먼저 휴대폰을 꺼내
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품고 있던 서류 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몇 가지 자료들.
이미 알고 있었거나,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것들.

대충 읽고서
나도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약속은 3일 뒤,
이런 골목이 아닌 곳.

첫 약속을 우리가 정한게 아니었던 것처럼
그 약속도 이미 다른 이들에 의해 정해져 있었다.


그녀는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의 불이 켜지지 않은
그 모텔로 다시 들어갔는데,

여기 묵고 있냐는 말에

해야 할 다른 일이 있다고

그렇게 말했다.



다음 약속까지
그녀가 준 자료를 가지고
이번 일을 위한 준비를 했고

3일 뒤,
다음 약속 장소인
큰길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려던 나는,

한 남자와 같이 앉아있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샌님처럼 보이는 녀석과 나란히 앉아
깔깔대고 웃으며

앞에 놓인 음료를, 디저트를
먹고 먹여주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문 밖에서
그 모습을 조금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와 그녀 사이에 약속된,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을 생각했고

오늘 함께 만나
상의해야 할 것들을 생각했고

그것들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와
할 수 있는 것들인지를

생각했다.


문을 등지고 앉아있던 그녀는
약속시간이 다된 걸 알았는지
문 쪽을 돌아봤고

그녀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 그리고 미처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

문을 열고 카페로 들어갔다.


그녀는 나를,
마치 자신의 오래된 친구처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앉은 남자에게
내가 들어보지 못한 나의 이름으로

나를 소개했다.


그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그는 그녀가 지금부터 이곳에서
나와 함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

이만 가보겠다며
그녀와 포옹하며 친밀한 인사를 나누었다.

딱히 거북스럽진 않았지만
굳이 보고 싶지도 않은 그 광경을
나는 멀뚱히 서서 지켜보았다.


그가 카페를 나가고.
그가 사라지자,

그녀는
막다른 골목에 서있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와

가방 속에 있던 서류들을 꺼내놓았다.


나는 그 서류들을 보지 않고서,
그리고 그녀가 서류를 꺼냈다면
내가 보여주어야 할 자료들을 보여주지 않고서,


방금 나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남자 있는 여자랑은 일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녀는 그렇게 물었고

나는 남자있는 남자와도 일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답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을 하는 사람 곁에

남자가 있다거나
여자가 있다면

그냥 그들을 설득해서
함께 해도 되는 일이었다.


반대로 말한다면
이런 일을 하는 사람 곁에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남자가 있거나
여자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편협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런 일들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았고
그런 생각으로 여태껏 이 일에 붙어있을 수 있었다.


그런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으니,

“걱정마. 저 녀석도 내가 손봐야 할 녀석이니까.
그래서 옆에 데리고 있는 거야.

이번 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라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곁에 있던 그가
자신이 하는 일의 일부라 말했고
이번 일과도 무관하다고 했으니

더 이상 캐묻는 것은
이 일의 규칙과도 맞지 않아,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내가 가져온 자료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서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그녀와의 약속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그녀가 부탁 한 가지를 했다.

“좀 번거로운 부탁일지도 모르겠는데,

아마 그 녀석이 너에게 전화를 할 거야.

너도 녀석을 봐서 알겠지만,
분명 이 상황에 대해 설명 듣고 싶어 할 거거든.

그럼 너는 적당히 아무 말이나 해줘.“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적당히 아무 말’ 이라는 걸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아무 말이나 해줘,

녀석을 놀리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고
귀찮으면 그냥 끊어도 돼.

내가 부탁하는 건 그냥 전화만 받아달라는 거야.

그거면 충분해.“

나는 그녀에게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전부 말해도 상관없냐는 뜻이냐고

그렇게 물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네가 그럴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한다면,

내가 녀석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 했던 걸
조금 빨리 주게 되겠지.

뭐 그뿐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남녀 사이의 일에 끼어들고 싶진 않았지만,
그녀가 하는 일의 일부라고 했으니
도와주지 않는 것도 어쩐지 꺼림칙했다.

- 우리가 하는 일은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


나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날 저녁,

그녀가 말했던 대로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정말 그에게
그녀가,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들인지 모두 말해줄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손봐주어야 하는
이런 일은

사소한 일들로 삐걱거리면
돌이킬 수가 없었다.

그냥 이번 일을 포기하는 셈 치고
그렇게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어요.“

라는 그의 첫마디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왜 나를 만나고 있는 지도,

그녀가 나를 어떻게 할 거라는 것도

나는 다 알고 있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나의 반응을 기다렸다.


나는 이것이 어쩌면 함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무얼 알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의 사소한 반응 하나하나는

모두 나를 옭아매는
그런 일들이 될 것 같았다.

이번 일이 큰 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가, 혹은 누군가
나를 떠보는 것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생각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냥 끊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답을 골랐다.

“당신이 뭘 알고 있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 알고 있다면, 나한테까지 굳이
전화를 할 건 없을 거 같은데.“

썩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었지만,
나의 조심스러움을 그도 느꼈는지,
나의 말에 자신의 말을 자세하게 이어갔다.


“그녀는 내가 자신이 하는 일의 일부분을 봤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있었어요.

어떻게 사람에게 접근하고
접근한 사람들을 어떻게 했는지.

나는 다 보고 있었어요.

그녀는 한 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녀를 만난 이후로
그녀가 했던 일들을 다 보고 있었다구요.

얼마 전 당신과 만난 것도,
만나서 어떤 사진을 보여주었는지 까지도,
깨진 창문 아래에서 모두 보고 있었어요.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진 모르지만
경찰을 찾아가서 설명할 순 있어요.“


거기까지 듣고서
나는 머리가 조금 아파왔다.

이번 일은 이미 글러먹었고.

나는 그에게 뭘 원하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냥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당신들의 일을 망치려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내가 바라는 건

그녀가 이런 일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되는 건 상관없어요.

다만, 그녀가 앞으로
나에게 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거짓으로 다가가,
그 사람의 진심을 이용해
자신의 원하는 것만을 얻고서
상대를 내팽개쳐버리는

그런 일들을 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거예요.“


거기까지 듣고서
나는 긴장이 풀려버렸다.

함정이라기엔 너무 유치해서
정말 그렇다면 웃으며 빠져주고 싶었고

그게 아니라면
나는 일을 준비하기에도 부족한
아까운 시간을 쪼개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녀석과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나 그런 일을 봤다면
네가 막으면 되잖아.

왜 그런 걸 나에게 부탁하는 거지?“


나는 함정인지 바보인지 모를 쪽으로
한 발짝 다가가 보았다.

“나에겐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그녀가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고 약속했고,

당신을 나에게 보여주었으니까.


나는 크리스마스가 올 때까지
그녀를 돌려 세울 수가 없어요.“


너무나 바보 같은 대답에
참고 있던 웃음이 터졌다.



“너, 어쩐지
우리가 하는 일에 잘 어울릴 거 같은데,

그녀와 같이 일 해보는 건 어때?

내가 잘 말해줄 수 있는데.“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건 진심이었고,

어쩌면 이런 녀석이 그녀 곁에 있으면

그녀는 어느 쪽으로든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놀리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녀석의 말마저도
그녀와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아마도 그렇다면
그 카페에서 나란히 앉아
나 같은 걸 기다리지 않고서

웃으면서, 깔깔대면서
음료를 마시면서, 디저트를 먹으면서, 먹여주면서

우리가 하는 일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겠지.



“있잖아. 사람을 돌려세우는 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야.

특히나 이런 일을 시작해버린 사람이라면 그렇고,
그녀 같은 사람이라면 더 그래.

어디로 갈지 망설인다면,
이 길이 맞는지 의심한다면,

혹시 돌아 설 수 있을 거라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은

이런 일 같은 건 하지 않아.

너도 이 일을 알고 있다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거야.

그녀가, 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러니 포기해.
내가 해줄 말은 여기까지야.“


나도 시간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녀석의 장난에 놀아주는 건 여기까지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전화기 너머로
녀석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런 일에
울 것 까지 있을까.

그 울음이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자신에게 이제 닥쳐올 일들이
어떤 것인지 알고서도
저렇게 울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약해졌다.

- 겨울이라 그랬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들려서 그랬을 것이다. -


그리고는 문득
좋은 방법 하나가 떠올랐다.

이 일에 어울리는,
녀석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그녀가 이 일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곳으로 가게 할 수는 있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녀석의 울음을 달랬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목표했던 누군가가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면
불안해지기 시작하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 거야? 안 그래?


그러니까 네가 그녀에게서 도망 가버리면
그녀는 너를 찾을 수밖에 없어,

너는 그녀가 했던 일의 목격자야.

너를 처리하지 않고서는
그녀는 절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

우리가 하려던 일들도
디데이는 새해 첫 날이었으니까.

그러니 도망가.
그녀에게서 도망 가버리면

그녀는 이 일을 멈추고
너를 쫓아 너를 향해 달려갈 거야.“


전화기 너머의 그는 말이 없었다.
아마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잠시 후,

“맞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정말 그럴 거 같아요.
왜 그걸 몰랐을까요. 고마워요. 진심으로.“

그는
그렇게 말했다.


“도망가는데 팁을 하나 주자면.”

편을 들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제대로 편이 되어주고 싶어

영업 비밀 하나도 가르쳐 주었다.


“도망가려고 길을 떠나면 금세 잡히고 말아.
도망에 익숙하지 않으면 더 그렇겠지.

그러니 도망간다고 생각하지 마.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찾으러 간다고 생각하며 움직여.

절대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말이야.

예를 들면...“

뭔가 그럴 듯한 예가
이쯤에서 떠올라주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까지 되진 않았다.


“예를 들면, 네가 도망치려는 그녀를
찾아 떠난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지금 네 곁에 있는 그녀는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는 껍데기일 뿐이고,
실체는 어딘가에 갇혀서
네가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움직이라구.“


역시 이야기를 만드는 덴 소질이 없다.
나는 그저 누군가들의 이야기를
맥락 없이 끊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머뭇거리지 말라는 거야.

어디로 갈까 망설이지 말고,
사람들을 피하려 하지도 말고,

모르면 물어보고,
방향이 같으면 함께가고.
힘들면 도움을 청하고.

지나가는 누가 너를 보더라도
도망간다는 생각을 못하게,

그렇게 움직여야 해.

도망가는 사람을 쫓는 사람들은
그런 머뭇거리는 순간들을 따라가거든.

그러니까.
그녀에게서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녀가 어디선가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 당장, 이 휴대폰을 버리고
옷도 챙기지 말고
돈도 찾지 말고

그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곳으로 바로 떠나.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어?“


그리고 대답 없이
전화는 끊어졌다.

마치 나의 마지막 말이
출발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다시 3일 후,
그녀와의 약속이 있었지만,
나는 그곳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신
그녀와 처음 만났던,

허름한 모텔의 골목을 찾았다.


누군가 보고 있었다는 걸
몰랐던 나를 반성하기 위해.

그리고 도대체 어디서
그가 보고 있었을지
확인 해두기 위해.



약속 시간 즈음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도대체 그 녀석에게 뭐라고 말한 거야?”

그녀의 화를 내는 목소리는 진심이었다.
아마도 그녀 앞에 있었다면

그녀의 이른 선물을 받을 사람은
녀석이 아니라 내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너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거라고 자랑 하길래.
나도 선물 하나를 줬지. 조금 이르지만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더라고.“

나는 반쯤 그녀를 놀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똑바로 말 안하냐고.”

그렇게 화를 내는 걸보니,
녀석은 벌써 그녀의 곁에서 멀리 떠난 모양이었다.

역시, 재능이 있는 녀석이었다.


“선물은 받은 사람의 몫이야.
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뜯어볼 수 없어.“

그녀는 나의 말에 소리를 질렀고,

“그러게, 어쩌자고 그런 녀석을 가지고 논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와 하려고 했던 일은 관두어야 할 것이고
그것으로 한 동안 일을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가 가까웠고

조금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착한 일을 해야
작은 선물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도 있었다.



막다른 골목,
그녀와 처음 만났던 곳과
똑같은 곳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쓰레기 더미.
전신주.
문 닫은 지 오래된 카페.



거기엔 득별 할 게 없어,

나는 그녀가 서 있었던 위치로 옮겨
휴대폰을 꺼내
화면이 보일만한 곳을 둘러보았다.

숨을 곳 없는 깨진 창문들,
짙게 선팅 된 유리문,
그리고 지나가는 고양이.

거기에도 특별한 건 없었다.

재능이 있는 녀석이라도
고양이로 변할 수는 없을 테니까.


어쩌면 녀석은 생각보다도
더 멀리 그녀를 데려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골목에는
아침부터 내린 눈이 쌓여있었다.

연기가 나는 맨홀 근처엔
눈이 녹아 있었고.

차 보닛 위에는 연인들이 그려놓은
하트와 그들의 이니셜이 있었다.




따뜻함을 지닌 곳엔 눈이 쌓이지 않는다.
따뜻함이 지나간 곳엔 흔적이 남는다.

내 마음 위엔
누구의 흔적도 없이
아침부터 소복이 쌓여있었다.

긴 겨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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