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행복한 일이 될 것인지 backup





그녀는 헤어지면서
나에게 고양이를 키워보라고 했었다.

그건,
나 같은 사람은 애완동물이나 키우면서 사는 편이 나을 거라는
그녀의 비아냥거림이었지만,

그땐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 고양이가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고 마음을 먹었었다.


처음엔 고양이를 키운 다는 걸
쉽게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고양이도 살아있는 존재였고,
사람만큼은 아니었지만,
살아있는 무언가를 옆에 들인다는 일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 당연하게도. -


저렴한 사료를 먹이면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었으나,
건강하고 오래 키우기 위해 먹여야 하는 사료는 따로 있다고 했고
그 비용을 매 끼니마다 부담하기는 어려웠다.

집안에서 심심하지 않게, 잘 지낼 수 있는 기구들은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좁은 집에 놔두기는 어려운 크기였다.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사해주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어느 때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런 비용들은 나조차 병원에서 지불해본 적이 없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나는 매일, 하루 중 대부분을 집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었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 정도였으므로

고양이가 아무리 혼자서 잘 지낸다고 해도,
내가 밖에서 괴롭게 일하는 시간만큼,
그도 집안에서 외롭게 지내야 했다.


나는 행복하게 지내는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았다.
물론, 사진 안의 모습이 얼마나 진실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었고,
기묘한 형태의 구조물을 타고 놀았고,
정기적으로 때에 맞춰 병원에 갔으며,

무엇보다 언제나 곁에는
사진을 찍어줄 누군가가 함께 있었다.


문득, 나는,
내 곁에 있을 고양이가 과연 행복할까라고 생각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양이가 내 곁에 있었을 때,

그가 과연 행복할지,

그것이 정말 서로에게 행복한 일이 될 것인지,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따져보면
그를 하루 종일 좁은 방안에 혼자 가둬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고양이조차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에게선 답이 없었고,

그녀는 헤어짐에 대한 미련이나, 비난이 없는,
평범한 일상의 메시지를 받고서
나와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나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며
그녀와의 관계가 더 이상
어떠한 식으로도 진행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했다.

어쩌면 우리는 길에서 만나도
서로를 모른 척 할 것 같았다.




동네 구석진 골목의 이름 없는 카페 앞에는
가끔 주인 없는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누구의 손을 탔던 탓인지
사람을 보고서도 그렇게 경계하지 않았다.

내가 매일 녀석의 끼니를 챙겨줄 수는 없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순간에는 챙겨줄 수 있을 것 같아.

마트에서 참치가 든 캔을 하나 사왔다.


캔을 뜯어
녀석의 앞에 놓아두려고 했는데,

그 모습을 보던 지나가던 사람이,
길 고양이에게 그런 것을 주면 안 된다고 하며
나를 말렸다.

그 사람은 나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이
고양이에게 어떻게 위험한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 사람의 말은 어쩐지 설득력이 있었다.
그 사람의 말을 들으니, 상식적으로도
사람의 몸에 맞춰진 음식이
고양이에게 좋을 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 사람은,
고양이에겐 고양이가 먹도록 만들어진 먹이가 있다고
그런 것을 줘야 한다고 하며
가방에서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캔을 꺼내
녀석의 앞에 놓아두었다.

녀석은, 오래 굶었던 것인지
그 사람이 놓아둔 캔을,
정말 맛있게, 그리고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녀석은 그 사람에게 다가가
다리에 몸을 문질렀다.
그 사람은 녀석의 머리와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갈 길로,
녀석은 녀석의 갈 길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카페의 주인은
뜯어진 캔을 들고 서있는 나를 지나쳐
고양이가 지저분하게 만든 카페 앞을 청소했다.

나는 주인에게 내가 잘못한 것인지 물었다.

주인은,
자신도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방금 그 사람이 한 말은 맞는 것 같고
그 말로 따져 본다면

내가 잘못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나는 주인에게,
그러면 내가 녀석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한 거냐고
나는 길고양이조차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주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악의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상대를 일부러 불행하게 만들려는 사람은 없고,
자신이 보기에 나는 선의를 가지고 행동했으므로
녀석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한 것은 분명하다고 그렇게 말했다.

다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원칙이 워낙 거지같아서,

선의를 품은 행동의 결과가
언제나 행복인 건 아니라고,

행복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좋은 사람을 만나,
불행을 피할 수 있지 않았냐고,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지 않았냐고,

다음번엔 그 방법으로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면 되는 거라고,

설령 오늘 상대를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그걸로 포기하지 말고,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렇게 말했다.



주인은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캔을
어떻게 할 건지 물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냥 가다가 쓰레기 통이 보이면 버릴거라고 말했다.

주인은,
사람이 먹는 건 사람이 먹어치워야 할 게 아니냐고,
자신이 술을 대접할 테니
그걸 안주로, 한 잔 하자고 말했다.

나와 주인은 카페로 들어가,
참치 캔 하나를 놓고
알콜과 탄산이 든 캔 음료를 마셨다.

그날은 여러 가지로 기분이 안 좋기도 했고,
그래도 주인의 말에 기분이 좀 나아지기도 했고,
잘 알 수 없는 그런 기분에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셨다.
- 그리고 주인은 정확하게 한 캔의 가격만 제외해주었다. -


집으로 돌아와
그 사람이 보여준 것과 비슷한
고양이용 캔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은 아니라
스무 개 정도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양이를 키우는 것 대신
길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기로 했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정리된 관계에 보낼 만한 메시지는 아니라, 그만 두었다.



얼마 뒤,
카페 앞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나는 가방에서
주문한 고양이용 캔을 꺼내 주었고
녀석은 오랫동안 굶었는지,
혹은 원체 식성이 좋은 건지,

녀석을 처음 봤던 그때처럼
무척 맛있게, 그리고 고맙게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리고 녀석은 나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볐다.
나는 녀석의 머리와 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이번에는 고양이용 캔을 가져 오셨네요.

지난번에 카페 앞에서 만났던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사람에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신, 길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맙고, 또 앞으로 잘 지내보고 싶은 사람에겐
해도 될 말 같았다.


그 사람은 나를 카페 안으로 데리고 가,
길 고양이와 행복해질 수 있는
여러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카페의 주인도,
고양이와 잘 지내고 싶은 지,

어느 새 우리 자리에 함께 앉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고,

카페 앞에 앉아있던 고양이도
열린 문틈 사이로 들어와

자신의 행복에 대해 논하는 자리에 함께 했다.




덧글

  • 2015/08/10 00:38 # 답글

    마음 따뜻한 이야기네요 ^ㅅ^ 마지막에 고양이가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앉아있는 장면을 생각하니까, 흐뭇흐뭇 ^ㅁ^
  • rainworks 2015/08/10 09:06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5/08/10 00: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8/10 09: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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