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곳에 도착했다 backup





아름다운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나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다.

내가 이곳에서 만나게 될 사람이
그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만이 낯선 이곳에서
갈 곳을 몰라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 주었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해주었다.
- 내가 있던 곳의 언어는 아니었다. -


그녀는 나를 사람이 없는 골목의 끝으로 데려가
나에게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일을 시켰다.

나는 그녀에게
이 일을 하면 돌아갈 수 있는 건지 물었다.

“물론.”
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돌아온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 말에 그녀는 조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그러나 정말 억울한 게 아니라,
나를 놀리려는 의도로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일이 끝나는 즉시 모두를 돌려보내줬어.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들 중 대부분은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왔지.
우리를 떠나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온 곳과 정반대의 곳으로 떠나버렸고.

그들이 우리에게로 돌아온 이유를 정확히는 알 수 없어.
어쩌면 생각보다 이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았거나,
혹은 이 일을 하고난 자신에겐

돌아갈 곳 같은 건 이제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나는 그녀의 말을 그렇게 알아들었지만,
아직 이 일을 하지 않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나는 왜 이런 일을 하는 건지
아름다운 여자에게 물었다.

그녀는 잠시 내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내가 말한 것과 조금 다른 형태의 문장을 만들어
질문의 뜻이 맞는지를 확인했고,

그래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녀는,

“음.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그건. 아마도
우리가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아름다운 이곳에서도
아름답지 않은 일을 하는 건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뿐일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그 일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곳에서 나와 같은 일을 해야 했던 어떤 여자는
나보다 먼저 이곳에 와서 아름답지 않은 일을 했다.

그녀는 이제 돌아가도 되는 사람이었지만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골목의 반대편 끝에서 전화기를 바라보며 다른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전화기는
이곳에서도 떠나온 곳으로 연락을 할 수 있는 전화기로
아마도 많은 돈을 주고 가져왔을 것이었다.

그녀는 메시지를 정성스럽게 적어 보냈으나,
상대로부터의 답은 없었다.

이곳의 시간은 새벽이었고, 그곳의 시간은 낮이었으므로
메시지는 그곳에서 답변하기 더 적절한 시간이었으나,
상대로 부터의 답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왜 그렇게 비싼 기계를 가져왔는지,
이 일을 끝냈다면,
그냥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 아닌지,
왜 그런 기계를 사용해서 그 사람과 닿으려고 하는 건지
물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거냐며 나무랐다.

“이 일을 하면 돌아갈 수 있지만,
돌아가기 위해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없어.

그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거야.

돌아가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야.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당신이 나온 문으로 다시 돌아가
돌아가야 할 곳의 표를 끊은 뒤
돌아가면 그만이야.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이런 일을 하지 않아.

돌아갈 수 없는 사람만이 이 일을 하는 거라고.“

나는 그녀의 말 역시, 그렇게 알아들었지만,
아직 이 일을 하지 않은 나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그녀는 다시 답이 없는 메시지 창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담벼락 아래에 아무렇게나 기대앉아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선 잠을 청했고,

그러나 곧 다시 일어나
답이 없는 메시지 창에
메시지를 하나 더 쌓았다.

그녀가 떠나온 그곳에서는
광고 메시지도 읽힐 만한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아름답지 않은 어떤 것들처럼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은 채로
버려져있었다.




덧글

  • 누구 2015/08/28 11:10 # 답글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다.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은 채로...
  • rainworks 2015/08/28 12:13 #

    메시지도,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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