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is hard - She & Him music









카페 문을 닫고
돌아가는 길.


골목에는
찬 공기 사이로
산란하는 가로등 빛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서 보였고

문득,
그 속에서 겨울 냄새가 났다.


따뜻했던 날이 많아서였을까.
겨울 냄새에
이제서야 진짜 겨울이 된 것 같았고

세어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도 눈앞이었다.


부랴부랴 전파상에 들러
카페에 달아놓을 알록달록한 전구를 사고,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노래들도
몇 곡 찾아두었다.


크리스마스에 손님이 없는 카페에서는
반짝이는 전구나 겨울 노래 같은 건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어쩐지 올해는,
마음이 누그러져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약해져서
이런 것에라도 기대어야만
겨울을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인지

혼자서라도 겨울 분위기를 내고 싶었고
평소답지 않게 들떠 이것저것 준비했다.




다음 날,
준비했던 많은 것들을 들고
평소보다 일찍 카페로 나갔는데,


하룻밤 사이에
다시 날은 무척 따뜻해져버렸고,

낮에는 두터운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햇살이 좋았다.


짧은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도
공기는 차가워지지 않았고,


골목에서도 더 이상
겨울 냄새는 나지 않았다.


어쩐지
겨울 냄새가 나지 않는 곳에
크리스마스 전구를 달고
겨울 노래를 틀어 놓는 건

겨울에 어울린 다기 보다는
장사에 어울리는 일 같았고,

골목보다는
큰길에 적당한 일이었고


그래서
준비했던 것들을 그대로
카운터 아래에 놓아두었다.



늦은 밤이 되자,
그때부터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왔고,

혼자서,
둘이어도 말없이,

손님들은 각자의 테이블에서
조용하게 음료를 마셨다.


어두운 조명아래서
어두운 표정의 손님들이
음료를 마실 때 마다
흐릿한 빛이 유리병에 반사되어 반짝였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카페 안이
어제 저녁의 골목 같았고,

어디선가 희미하게
겨울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겨울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건,
겨울이 와도 냄새를 맡지 못했던 건,

봄에도, 여름에도, 가들에도
카페 안에서 겨울 냄새를 맡고 있었던 탓에

코가 마비되어 그랬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


나는 카운터 아래에서
크리스마스 전구를 꺼내

아름다움이나 주변과의 조화 같은 건 완벽하게 배제한 채로
- 그런 쪽으로는 소질이 없다 -
벽에 아무렇게나 걸어두고서

전원을 꽂았다.


나 같은 사람이 대충 걸어둔
크리스마스 전구였지만,

전구는 다행히도, 조금은 대견스럽게도
제 스스로 아름다움과 색의 조화를 띄고서
겨울에 어울리게 반짝였다.


겨울 냄새를 풍기는 손님들이라 그런지,
손님들은 빛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마치 크리스마스 전구를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오랫동안 반짝이는 빛을 바라보았다.

가장 싼 녀석을 고른 것이었는데
전구는 몇 가지 패턴을 바꿔가며
바라보고 있는 것이 지루하지 않게
반짝여주었고,

손님들은 패턴이 몇 바퀴 돌고 나서야
다시 각자의 앞에 놓인 음료에 집중했다.



나도 누구보다도 더
겨울 냄새를 내는 사람이라
반짝이는 전구에 눈을 뗄 수 없어서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고
골라온 노래를 틀어 놓고서
카운터에 앉아 그 빛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노래는 겨울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지만,

차갑고, 쓸쓸하고, 그러면서도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반짝이고,
그래서 겨울처럼 느껴지는

그런 노래였다.



카페 밖으로
알록달록한 빛이 반짝이고
겨울처럼 느껴지는 노래가 들려도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카페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 빛이 아무렇게나 걸려있어서 일지도 모르겠고,
겨울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겨울 노래는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분명한 것은
이 빛과 이 노래는
장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온전한 겨울에도 그렇게
적당할 것 같지 않았다.


이 빛과, 이 노래는
그저, 겨울 같은 사람들과
이름 없는 카페 정도에서나
어울리고, 적당할 것이었다.



손님들은 오늘의 카페가 맘에 들었는지,
평소보다도 더 오랫동안 카페에 머물렀다.


손님 사이에서,
반짝이는 빛 사이에서,
반복되고 있는 노래 속에서,
각자의 테이블에 놓인 음료에서


희미하게
카페 냄새가 났다.










덧글

  • boooookr 2016/12/28 11:28 #

    음악이 좋아요 -! 잘 듣고 가요 :)
  • rainworks 2016/12/28 14:20 #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